가버나움

Review 2019. 6. 22. 07:08

2019.01.24, 드라마.
레바논, 프랑스, 126분

 2019년 상반기 영화 중 하나를 꼽으라면 꼭 언급하고 싶은 영화.
 아이의 시선으로 보고 있는데도 한없이 처참해서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다. 만끽할 평화가 없어 눈물샘을 끝까지 자극하는 영화. 끔찍한 상황들이 계속 계속 일어나기 때문에 트리거 워닝을 충분히 자극할 것 같다. (생활고, 가정폭력, 폭력 등)

 주인공 자인의 진심 가득한 모든 대사가 어른들의 마음을 찔러온다. 한편 부모의 말들도 놓칠 순 없다. 듣는 입장에 상처가 되는 동시에 그들 또한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난 아직 어려서 그런건지 "제 입장이 되어보셨나요? 자살하고 말걸요." 하며 호소하는 태도에 아무런 표정도 지어내고 싶지 않았다. 자인 역시 그랬을 거라 생각한다.
 감당할 수 없는 육아와 생활비, 딸 사하르의 죽음, 가출한 자인... 이 모든 것을 겪었음에도 새 아이를 가졌노라고 고하는 엄마의 말은 정말 가슴을 싸늘하게 만든다.

"애들을 돌보지 않는 부모가 지긋지긋해요."
"인생이 좆같아요."
"뱃속의 아기도 나처럼 될 거에요."
"애를 그만 낳게 해주세요."

부모에게 무엇을 바라냐는 판사의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애를 그만 낳게 해주세요. 불과 열셋넷 쯤 될 애가 삶에 지치고 신이,  부모가 야속해서 고소까지 하며 바란 것이 저것이었다...

"저 애는 태어나겠죠."
 더이상 낳진 않겠구나, 하니 내뱉는 새로 태어날 막내동생을 향한 냉소적인 말. 그래, 결국 막내동생도 자인과 같은 처참한 환경에 내버려질 것이다.

 철없는 소리가 아닌 사람으로서, 또는 '어른'으로서 내뱉는 한 마디 한 마디. 아이의 입을 빌려 답답한 어른들과 가혹한 현실에 통곡하는 영화. 세상에 태어난 것은 '아이'가 아닌 한 명의 '어른'이다.


 +) 감독도, 캐스팅된 아이들(자인, 사하르, 요나스, 메이소운...) 모두 실제 난민이었고 길거리에서 캐스팅을 했다고 한다. 그렇기에 이토록 적나라하게 와닿았던 것일까?
 다행히 지금 아이들은 국제기구 등을 통하여 안정된 집을 되찾고 학교에 다니기 시작했다고 한다. 제작진은 영화에 출연한 아이들과 그 가족들에게 지속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가버나움 재단'을 설립했다. 나도 닿을 수 있다면 그 재단을 통해 작은 도움이라도 주고 싶은 마음이다.


~2019. 06.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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