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킷리스트(스포)

Review 2018. 5. 27. 12:28


2008. 04. 09, 미국, 97분.
코미디, 드라마


 나는 몇 달 전부터 버킷리스트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그걸 꼭 달성해야겠다는 결심으로 시작한건 아니였으나 어쩐지 리스트에 올리기엔 고민이 되어 아직 20개 언저리에서 맴돌고 있지만 문득 떠오를때 리스트를 추가하거나 관련된 고민을 할때면 작은 이정표를 꽂아간다는 느낌이 든다. 영화 ‘버킷리스트’는 그 이정표를 따라 삶의 끝으로 향해가는 두 시한부의 이야기이다.

 이야기는 정비일을 하는 첫 번째 주인공 카터가 시한부 소식을 듣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는 두 번째 주인공, 백만장자 잭의 병원에 입원하여 『무조건 2인실』이라는 병원의 슬로건 아래에 같은 병실을 공유하게 된다. 카터는 언제나 차분하고 즐겨보는 퀴즈쇼에 나오는 모든 답을 알 만큼 똑똑하다. 잭은 좋은 수완으로 억만장자가 되었고 그 자부심에 맞게 거침없고 꽤나 재수 없는 면모를 가지고 있다. 재력도 성격도 반대되어 보이는 둘의 공통점은 암과 길어야 1년 남짓한 시한부 인생, 그리고 오로지 앞만 보고 달려온 인생이다.

 처음엔 맞지 않아 보이던 둘은 결국 암과 수술이라는 고통 아래 동질감을 느끼며 어느새 잡담은 물론 수시로 카드 게임까지 하는 사이가 되었다. 그리고 어느 날 잭은 카터가 남몰래 끄적이던 버킷리스트를 보게 되고, 마침 삶의 남은 기간을 들은 잭은 멋대로 버킷리스트를 추가하며 카터에게 함께 가자고 설득한다. 얼토당토않은 얘기를 들은 듯 화를 내던 카터는 마지못해 수긍하고 동의하지 않는 아내를 두고 함께 여행을 떠나지만, 온 세계를 여행하며 버킷리스트를 이루는 모습은 정말 즐거워보였다. 영화 중반에선 두 주인공의 사연을 알게된다. 카터의 꿈은 사실 선생이었으나 가정을 위해 학업을 포기했고, 장성한 자녀들이 사라진 집안에 아내와만 남았을 때 자신이 의무감에 살아가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단 것. 잭은 십대 시절부터 아무것도 없이 돈을 벌기 시작했고 성공하여 자산가가 되었음에도 4번의 이혼을 하며 가정을 이루지 못 했고, 결혼 후 가정폭력이라는 위험에 빠진 딸을 구했음에도 사랑을 이유로 욕을 먹고 쫓겨난 아버지인 것을. 그렇게 서로의 속사정을 알아가고 그것을 도와주려는 행동을 보이며 둘은 세 달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아주 친한 친구가 된다.

 여행 도중 이집트에서 카터가 그곳에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를 꺼낸다. 사람이 죽으면 사후세계로 가게 되는데 그 앞에 문이 있다. 그리고 사람은 두 가지 질문을 듣게 된다. 하나, “삶의 기쁨을 찾았는가?” 둘, “남에게도 기쁨을 주었는가?” 그냥 흘러나온 것 같은 이 작은 이야기는 결국 영화의 전체이자 두 주인공의 인생을 꼬집어내는 것이었다. 카터는 여행 도중 아내와 잭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버킷리스트 여행을 이어나간다. 그리고 어느 날 잭의 음흉한 공작으로 마주친 여성과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하곤 갑작스레 집으로 돌아간다. 그 짧은 대화에서 아내와 가족에게 느끼는 감정, 그리고 소중함을 다시금 깨달은 것이다. 그렇게 돌아간 집에서 삶의 마지막을 향해 가던 카터는 결국 쓰러지고, 여행을 마치고 돌아가는 날, 딸과 이어주려는 카터의 공작에 화를 내고 헤어졌던 잭은 그 소식에 화들짝 놀라 병원으로 달려간다. 그리고 잭은 카터가 여전히 버킷리스트를 행하고 있었다는 점을 알게 된다. 몇 가지 남은 그것을 쥐어준 카터는 먼저 세상을 떠나고, 이후 그가 남긴 편지를 읽은 잭도 나머지 버킷리스트를 행하기 시작한다. 카터의 장례식에서 그는 자신의 구원이었다며 연설한 잭은 그 자리에서 카터의 버킷리스트였던 ‘잘 알지 못 하는 타인 도와주기’를 지우고, 주저하고 있던 딸에게 찾아가기를 실천하며 손녀의 존재를 알고 놀란 후 손녀의 뽀뽀를 받곤 ‘세상에서 가장 예쁜 미녀와 키스하기’라는 항목을 지우기도 한다. 카터와 잭은 남은 마지막 항목 ‘놀라운 정경 감상하기’를 다음 해에 완성하게 된다. 잭의 비서, 토마스(매튜)에 의해 둘의 유골이 에베레스트 산 정상에 남은 것이다.

 암과 시한부, 죽음이라는 무거울 수 있는 주제였음에도 영화는 곳곳에 코미디를 넣어가며 다소 즐거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하지만 그 끝의 여운이 가볍지만은 않다는 걸 관객 모두 느낄 것이다. 영화는 단순히 버킷리스트를 이루는 노인 둘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고 삶의 교훈을 준다. 삶의 기쁨을 찾았는가? 타인에게 기쁨을 주었는가? 그리고, 실천하고 있는가? 담담하게 죽음을 받아들이고 할 수 있는 것을 실천하는 것은 책임지고 있던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것만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위할 수도 있다는 것 또한 알 수 있었다.

 둘의 버킷리스트는 여러 제약으로 쉽게 이룰 수 없는 것이지만 결국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고 어쩌면 당장 이룰 수 있는 것도 있었다. 그리고 내가 적은 버킷리스트를 보았을 때, 그것은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실천하는 의지와 용기의 부족이 외면과 후회를 부른다. 그들은 세 달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한 사람이 일생동안 이루기 힘들 수 있는 것들을 실천했다. 그 세 달은 둘 모두의 삶의 기쁨이자 가치였다. 삶의 기쁨을 찾았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이자 실천이 가치있다는 것을, 이 영화는 관객들에게 알려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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