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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가나엘
커뮤
2019. 3. 29. 00:52
선과 악의 경계 틈에서
19.03.22~19.03.28
(7D/TWT/천악대릭/어두운 일상)
*BGM :: 시대를 초월한 마음
1. 엔딩 그 후
엔딩이 악마쪽 승리로 끝났기 때문에 천사들은 인간계를 떠나 천국으로 돌아갔을 것이고, 따라서 이가나엘은 연민하였던 그 인간에게 깊은 마음을 품을 새도 없이 끝끝내 천국에서 천천히 무뎌지고 잃을 것이다. 추억으로만 남아 그는 영원히 천사이자 훌륭한 신의 종으로 남을 것.
이해하였으나 더이상 만날 일이 없기에 그 두려움을 직시하고 앞으론 그런 '실수'를 하지 않을 것. 헤어짐으로써 그는 단단해졌고 남은 생 역시 앞으로와 같이, 아니 어느 위험한 자극 없이 평안하게 살 것이다.
그 인간은 어떤 마음을 가졌을지 우리는 이가나엘과 함께 깨닫지 못 할 것. 이가나엘은 늘 인간 앞에 육신을 드러내지 않았고 그저 뒤에서 필요하다 여겨지지 않으면 목소리도 내지 않고 가만히 바라보는 존재였다. 수호천사, 인간들은 늘 먼저 그렇게 불렀지.
그 인간은 아주 어렸다. 인간의 성장을 수백년, 수천년 보아왔기에 별 다를 것이 없었다. 그러나 무엇때문인지, 왜인지 모르게 그가 통상 말하는 어른이 되었을 무렵 그를 연민했다. 이가나엘은 몰랐다. 그저 그를 더욱 애정했고, 아끼었고, 안타까워 했으며, 그로써 연민해버린 것이다. 이가나엘은 늘 과히 연민하는 것을 경계했다. 자신에겐 찰나와 같은 필멸자의 생인데 어찌 그런 마음이 들었는지... 때문에 더욱 혼란스러웠다.
2. 인간의 입장에서,
그의 수호천사는 어느날 돌연 사라졌다. 그는 최근 들어 늘 지켜보던 것보다 한발자국 더 가까이 있었던 것 같다. 어릴적과 달리, 물론 제게만 보였지만 전보다 더 모습을 드러내었고 새하얀 깃털을 나부끼며 제 주위를 벽마냥 지켜주던 그였는데.
갑자기 사라지는 것은 흔한 일이었지만 오래간 돌아오지 않는 건 처음이었다. 실상 그가 주변에 있음을 아는 건 눈으로 확인하는 것 뿐이니 정말 떠났는지, 아니면 곁에서 더이상 드러내지 않기를 결정한 것인지 인간은 알 도리가 없었다. 결국 그 천사의 이름도 모른채 영영 만날 수 없게 되었다.
내가 본 천사는 헛것이었을까? 아무것도 느끼지 못 했지만 어쩐지 허전함이 느껴진다. 아니면 내가 나이가 들어서? 내가 악한 짓을 저질러서? 그냥... 그가 진짜 떠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영원히.
천사가 떠나가고, 악마가 자리잡은 혼란의 시대였지만 인간은 이가나엘을 추억으로 남기고 살아갑니다. 그는 수많은 유혹 끝에 늘 이가나엘을 떠올리고, 거짓이 아님을 확신합니다. 그는 생 끝에서 흰 날개를 가지고 이가나엘을 마주합니다.
인간으로서의 기억은 흐릿했지만 어쩐지 각인하듯 그를 스승으로 모시려 하고, 이가나엘은 그를 반갑게 받아들입니다. 이가나엘은 전생을 언급하지 않을 것이며 그저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이가나엘, 한때 인간의 곁을 떠돌던 신의 종이란다. 그대의 이름은 무엇이니?"
3. 솔레이르에게 들려준 이야기
좋아하는 이야기라... 사실 이야기책보단 사전을 더 좋아하지만, 독서를 즐기기도 하니 인상깊은 것이 있긴 하단다. 어느 바닷가 가파른 절벽에 핀 꽃과 별의 이야기였지. 들어보겠니?
(고개를 끄덕이고 잔잔히 이야기를 시작했다)
꽃은 아주 아름다웠으나 절벽이 아주 가팔라 누구도 손을 대지 못 하였다고 해. 외로움을 타는 꽃을 발견한 별이 내려와 친구가 되었으나 그가 꽃과 노느라 하늘로 돌아가지 않자 그들이 별의 자격을 박탈하였다고 하더구나. 더이상 하늘에서 빛나지도 꽃을 보러 내려가지도 못 한 별은 슬피 울다 빛을 잃었단다. 흘린 눈물이 바다 위에 내려앉아 밤바다 표면이 별빛을 머금었고 꽃은 그대로 시들어 죽었다는 이야기였어. 짧지만 그리 먼 이야기도 아니라고 생각되는 이야기였지.
4. 인성
양심: 8
집착: 0
인내: 10
질투: 0
공감능력: 4
자존심: 5
자존감: 7
5. 극단적으로 비설을 파고든다면
짜증을 내는가 싶다가 죄악감에 사무쳐서 한 손에 얼굴 파묻고 숨 들이키지 않을까요. 축축한 들숨소리가 들려오면 모네는 그가 잔뜩 미간을 찌푸린 채 눈물을 흘리고 있단걸 알게 될 거에요ㅎ 그것을 파고든 그보다 자기 자신을 책망할 것 같아요. 질책처럼 받아들이고 떨쳐내지 못 하는 자신이 한심하고 상대에게 반감도 들겠죠. 겨우겨우 목매여서 더이상 대화를 하고싶지 않구나, 하고는 사라져 며칠간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것 같아요.